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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수련 교과 과정 개편 속도전…내과계 올해 스타트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수련 교육의 질 향상과 지역별 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되는 전공의 수련 교과 과정 개편이 마침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암기 위주의 전공의 평가를 실제 임상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골자로 대한내과학회 등 내과계가 시범사업 결과를 기반으로 올해 전국 수련기관에서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내과학회 등 대한의학회 소속 학회들이 전공의 수련 교과 과정 개편에 돌아갔다.27일 대한의학회 등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등으로 잠정 보류됐던 전공의 연차별 수련 교과 과정 개편이 올해를 원년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은 "전공의 수련의 질 향상과 지역별 격차 해소 등을 위해 각 학회별로 수련 교과 과정 개편을 준비해 왔다"며 "학회가 마련한 지침서를 기반으로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교과 과정 개편에 나선 학회는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외과학회, 소아청소년학회, 비뇨의학회 등 총 17개로 이들 대다수가 이미 지침서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시범사업을 진행중인 상태다.특히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가 이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해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 사업에 최대 1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일단 먼저 스타트를 끊은 곳은 내과계다. 대한내과학회가 이미 전공의 수련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면서 교과 과정 개편에 돌입한 만큼 사전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연세의대)은 "전공의 80시간 근무제와 수련기간 단축으로 수련 교육의 효율화와 체계화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상황"이라며 "이에 맞춰 이미 선제적으로 수련 과정의 선진화를 위한 개혁에 돌입했고 의학회와 복지부 주도 사업과 맞물려 성과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내과학회는 지난해 이미 모든 핵심 역량에 대한 평가 가이드라인을 담은 내과 전공의 핵심 역량 평가 지침서를 개발하고 각 수련기관에 이를 배포한 바 있다.또한 수련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수련프로그램평가위원회와 임상역량평가위원회, 내과전문역량평가위원회 등을 두도록 하는 책임 지도 전문의와 지도전문의를 위한 내과 전공의 수련 지침서도 개발했다.아울러 지난해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이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총 16개 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한 상황. 현재 이에 대한 피드백과 의견을 공유하고 있는 상태다.박중원 이사장은 "지난주에 시범사업 결과 피드백을 정리하고 온라인 설명회 등을 열어 이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 등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는 3월 본격 시행을 위한 막바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내과학회는 이러한 시범사업 결과를 기반으로 올해 3월부터 전체 내과 수련 기관에서 수련 교과 과정 개편 본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1, 2년차는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3년차는 수련기관의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수련 교과 과정의 핵심은 술기 역량의 강화와 e-포트폴리오를 통한 표준화에 맞춰져 있다.말 그대로 의학 지식의 암기를 통한 필기시험 방식에서 벗어나 임상 술기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평가 또한 이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다.이를 위해 내과학회는 총 15가지의 핵심 역량을 지정했으며 수련병원별 격차 해소를 위해 e-포트폴리오를 통한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박중원 이사장은 "수련 교육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가 바로 지역별, 수련병원별 양극화"라며 "내과만 해도 알레르기내과가 아예 없는 곳도 있고 류마티스내과 등도 마찬가지라 수련병원이나 지역에 따라 아예 이 과정에 대한 수련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술기를 웹 기반으로 배울 수 있는 e-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에 있다"며 "현재 MZ세대에 속하는 전공의들이 인강, 이른바 인터넷 강의에 익숙한 만큼 이를 활용하면 이러한 지역별, 수련병원별 격차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아울러 박 이사자은 "핵심 역량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정 작업을 진행하며 시대에 맞는 수련 교과 과정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아울러 e-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교육 동영상 또한 빠르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01-30 05:20:00학술

외과계 저년차 전공의 골병 들고 도망가는 이유 있었다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 등에도 불구하고 야간 당직과 강도 높은 수련 등으로 전공의들의 건강이 몇년 만에 급속도로 악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특히 이같은 경향은 전문과목별, 연차별로 큰 차이를 보였는데 내과 보다는 외과계가, 고년차 보다는 저년차에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오는 27일 대한의학회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전문과목별, 연차별로 전공의들의 건강지표 변화를 추적 관찰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게재될 예정이다.전공의 연차별 주요 건강 지표의 변화실제로 전공의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주당 80시간 근무 시간 상한제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여전히 전공의들은 높은 업무 강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이러한 높은 업무 강도가 실제로 전공의들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체계적 분석이나 연구가 없었던 것이 사실.전남대 의과대학 박원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전문과목별로, 연차별로 어떻게 건강 상태가 변화하는지를 추적 관찰한 연구를 진행한 배경이다.이에 따라 연구진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년차부터 4년차에 이르는 전공의 457명을 대상으로 매년 주요 건강 지표를 추적 관찰하며 그 변화를 분석했다.신경외과와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 외과계와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내과계,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등 지원계로 나눠 그 변화를 집계한 것이다.그 결과 전공의들은 1년차에서 2년차로 넘어갈때 가장 건강 상태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체질량 지수(BMI)를 분석하자 1년차에 24.2±3.2에서 2년차에 24.8±3.3으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후 3년차에 24.8±3.2, 4년차에 24.9±3.2로 변화가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 시기에 건강 상태의 변화가 가장 심하다는 의미가 된다.다른 지표들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였다. 수축기 혈압(SBP)를 분석하자 역시 1년차에 123.3±10.7에서 2년차에 124.7로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났다.이완기 혈압(DBP)도 1년차에 74.7±8.7에서 2년차에 75.8±8.2로 큰 변화가 있었다. 3, 4년차에 76 수준으로 유지된 것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간 질환의 지표가 되는 y-GTP와 ALT 수치도 경향은 같았다. y-GTP의 경우 1년차에 30.7±26.3에서 2년차에 35.9±31.8로 껑충 뛰었다. ALT 수치도 1년차에 29.6±27.8에서 2년차에 34.7±34.0으로 마찬가지 상승폭을 보였다.1년차에서 2년차로 접어들때 1년만에 혈압과 간 기능이 급격히 나빠진다는 의미가 된다.전문과목별 주요 건강 지표의 변화이러한 변화는 유독 외과계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차별로도 차이가 나타나지만 전문과목별로도 차이를 보인다는 뜻이다.실제로 BMI 지수를 분석하자 외과계는 변화폭이 1.05±1.7로 내과계(0.48±1.7)이나 지원계(0.35±1.6)에 비해 상승폭이 높았다.수축기 혈압도 외과계는 변화폭이 3.43±12.5에 달한 반면 내과계는 1.34±11.7에 불과했고 지원계도 1.07±13.8에 머물렀다.간 질환 지표도 마찬가지였다. ALT 수치를 추적 관찰하자 외과계는 변화폭이 11.03±27.3에 이르렀지만 내과계는 오히려 -1.79±36.4로 낮아졌고 지원계도 변화폭이 4.66±18.3에 불과했다.이는 근무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긴 편에 속하는 1년차와 외과계에서 BMI와 수축기 혈압, 이완기 혈압, 공복 혈당, ALT 수치 등의 변화폭이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연구진은 이러한 건강 상태의 악화가 장시간의 노동과 불규칙한 생활, 부실한 식습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1년차가 가장 건강이 악화되고 외과계에서 유독 더 악화가 관측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연구진은 "하위 분석을 통해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을 조사하자 외과가 92.8시간으로 내과 77.8시간 등에 비해 유의미하게 많았다"며 "또한 1년차의 근무 시간이 98.4시간으로 4년차 66.3시간 보다 월등히 많았다"고 설명했다.이어 "근무 시간의 증가는 결국 수면 시간 부족과 불충분한 운동, 부실한 식습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곧 건강지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1년차, 특히 외과계 전공의에 업무량을 분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표"라고 밝혔다. 
2022-06-23 05:30:00학술

공공병원 의료진 탈출 이유있었다…인당 담당 업무 '4배'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코로나 치료를 담당하는 공공병원 의료진들이 다른 사립병원에 비해 몇 배에 달하는 업무량을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같은 전담병원이라 하더라도 담당하는 환자나 병상수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인력관리계획이 시급하다는 것. 공공병원 의료진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는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다.국내 첫 코로나 전담 의료기관 의료진 업무량 전국 조사14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코로나 사태 후 각 의료기관 종별, 운영형태별 의료인의 업무량에 대한 첫 전국 단위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doi.org/10.3346/jkms.2022.37.e49).공공병원 코로나 담당 의료진들의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코로나 확진자수가 하루 5만명을 넘어서면서 사실상 국내 대다수 의료기관들은 코로나 치료에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과거 지방의료원이나 보건소 등에 국한됐던 코로나 전담 업무가 국공립 등 공공병원과 사립병원 나아가 상급종합병원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하지만 이러한 전 국가적인 비상상황속에서도 공공병원 의료진들이 줄사표를 내는 등 이탈이 이어지면서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사실상 코로나 대응에 핵심 기관에서 의료진의 이탈은 심각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권기태 교수를 중심으로 국내 16개 의료기관의 다기관 연구진이 전국 단위의 의료진 업무량 조사 연구를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현재 코로나 대응의 전면에 있는 전담 의료기관 의료진들의 업무량이 어느 정도나 되고 또한 공공병원과 사립병원이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결국 대책을 세우려도 해도 기반 자료가 없다는 의미. 이에 따라 연구진은 전국 16개 의료기관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통해 횡단면 연구를 진행, 이에 대한 기반 자료를 구축했다.연구 결과 의사 1인당 환자수는 의료기관 유형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같은 전담병원이라고 해도 공공병원 의사가 인당 담당 환자수가 눈에 띄게 많았던 것.실제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의사 1인당 환자수는 5.3명에 불과했지만 공공병원 의사의 경우 혼자 20.2명의 환자를 보고 있었다.의사 당 환자수 등 병원 유형별 큰 차이…"장기적 정부 대책 시급"간호 인력 또한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환자 1인당 간호사 수로 간호등급제를 매기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연구진도 같은 기준에 의거해 간호 인력을 비교했다.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은 환자당 간호사수가 4.6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공공병원의 경우 환자당 간호사 수가 1.1명에 불과했다. 환자에 대한 간호서비스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는 의미다.병원 유형별 의료진 담당 병상 및 업무량 비교이같은 업무 부담은 당연하게도 내과에 집중되고 있었다. 코로나로 입원한 환자를 담당하는 진료 과목을 보자 감염내과가 80%로 역시 가장 많았고 호흡기내과가 60%로 조사됐다.의사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가 시행중인 가운데서도 내과 레지던트의 경우 거의 이에 대한 제한 없이 코로나 환자를 보고 있었고 인턴은 진료에서 거의 제외되고 있었다.문제는 이러한 의료진들의 업무가 환자 진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의사들 대부분은 환자 진료에만 매진하고 있었지만 간호사 등은 상황이 달랐던 것.실제로 간호사 업무를 조사하자 80%의 간호사가 검체 분석 등에 필요한 의료기기 관리를 하고 있다고 답했고 66.7%는 병실이나 병상 청소를 한다는 응답을 내놨다.코로나 선별진료소의 운영 형태도 병원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대다수 의료기관들이 선별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3개 병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간에만 운영을 하고 있었다.검체 채취를 하는 주체는 의사가 많았지만 50%에서는 간호사가 이를 담당하고 있었고 12.5%의 의료기관에서는 의료기사가 검채 채취를 진행하고 있었다.연구진은 코로나 대유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인력 체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연구에서 충분한 인력 보충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연구진은 "간호인력만 봐도 국내 의료기관에서 간호등급제 상위권 수준인 중환자 1인당 간호사 2명, 일반 진료과는 0.5명에 비해 공공병원의 인력난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의사 또한 마찬가지로 많은 의료진들이 이미 번아웃으로 고통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이어 "또한 코로나 진료에 매진해야 할 의료진이 청소 등의 의료가 아닌 업무를 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국가적 대응 체계를 마련해 대유행성 전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을 전략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을 통한 재정 투입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2-02-15 05:30:00학술

의학회 중점 사업 수련실태조사…코로나에 다시 발목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의학회들이 수련의 질 향상과 전공의 보호 등을 목표로 야심차게 추진하던 수련실태조사가 코로나에 발목을 잡혀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계속해서 조사 및 심사를 연기하거나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 의학회들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수련실태조사가 코로나로 계속해서 난항을 겪고 있다. 28일 대한의학회 등에 따르면 각 전문과목 학회들이 올해 수련실태조사를 앞두고 연기나 보류, 심사 완화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학회 관계자는 "올해도 코로나 대유행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각 학회들이 수련실태조사를 진행하는데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학회별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련실태조사란 대한병원협회가 진행하는 조사와는 별개로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대한의학회가 총괄하는 일종의 수련 환경 평가다. 26개 전문과목 학회들이 직접 서류 심사와 더불어 진료와 수련 시설 점검 등 현장 조사를 진행하게 되며 전공의를 포함해 수련병원장, 교육수련부장 등 수련 담당부서 장들에 대한 면담 조사도 함께 진행된다. 각 수련병원이 학회가 제시한 수련 목표에 맞춰 시설과 장비, 프로그램을 얼마나 충실하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곧 전공의 정원 배정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갖는다. 특히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 도입과 전공의 특별법 실시 등으로 수련환경이 급변하면서 각 학회들은 대대적으로 이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지난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 대유행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같은 의지와 각오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 수련병원들이 코로나 대응에 나서며 제대로 된 수련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진데다 전공의들 또한 코로나 방역의 최전선에 배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엄정하게 실태 조사를 진행할 경우 무더기 낙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장에서 코로나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수련병원들에게 수련실태조사는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제대로된 심사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다. 이에 따라 각 학회들은 수련실태조사를 연기하거나 보류 혹은 심사 기준을 대폭 낮추며 수련병원과 전공의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비뇨의학회가 대표적인 경우다. 비뇨의학회는 이미 수련위원회 및 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즉 2020년에 대대적인 수련실태 전수조사를 기획했던 상황.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이를 올해로 연기한 바 있다. 문제는 올해도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비뇨의학회는 전수조사를 한차례 더 연기해 2022년에 실시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또한 현재 기준으로는 대다수 수련병원들이 제대로된 실태조사에 임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심사 기준도 대폭 낮춰서 진행하는 것으로 평의원회를 통해 확정했다. 이는 비단 비뇨의학회의 상황만은 아니다. 대한정형외과도 수련병원들의 상황을 감안해 기준을 최대 50%까지 낮춰 잡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신경외과학회, 핵의학회, 응급의학회 등도 마찬가지로 최소 30%에서 최대 50%까지 수련실태조사 심사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인 상황이다. 비뇨의학회 임원은 "일단 최근 수련위원회 및 평의원회를 통해 수련실태조사 기준을 지난해와 같이 대폭 낮춰 진행하는 방안을 확정했다"며 "의학회에도 이같은 방안을 보고하고 이에 맞춰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학회의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아직까지 확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의학회조차 현재 학회와 수련병원들의 상황을 알고 있는 만큼 큰 무리없이 올해도 이렇게 진행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1-06-29 05:45:58학술

전공의 80시간제의 역설…공백 불구 예후는 향상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전공의 80시간 근무제와 내과 3년제 전환으로 병원계가 몸살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이러한 공백이 의료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가 지도 감독하는 경우와 직접 진료하는 경우에 대한 비교 결과 모든 면에서 직접 진료의 예후가 압도적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전공의 80시간 제도의 역설로 풀이된다. 전공의의 공백으로 전담의 업무가 늘어났지만 의료의 질이 높아지는 역설적 결과가 나왔다. 울산대 의과대학 강병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전공의 공백에 따른 의료 질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전공의가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진행하고 21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그 결과를 게재했다(doi.org/10.3346/jkms.2020.35.e19). 연구진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전공의 근무시간이 제한되고 중환자실에서 상당한 공백이 생기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가 전공의를 지도하는 경우와 직접 진료를 하는 상황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2017년 9월부터 2019년 2월 사이에 일반 병동에서 중환자실로 이송된 환자 314명을 비교 관찰했다. 전담의의 지도 감독을 받으며 전공의가 환자를 살피는 경우와 전공의 없이 전담의가 직접 진료를 하는 방식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전담의의 지도 감독을 받으며 전공의가 환자를 관리했을 경우 사망률은 42.9%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담의가 환자를 직접 관리 했을 경우 사망률은 29.9%로 크게 내려갔다. 심폐소생이 이뤄지는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도 크게 줄었다. 전공의가 환자를 볼때는 21.4%가 심폐소생을 받았지만 전담의가 관리할때는 10.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급성신부전 등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적신대체요법 또한 전공의가 관리할때(40.2%)보다 전담의가 직접 환자를 볼때(24.2%)가 월등히 적었다.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조정한 다변량 회귀 분석에서도 경향은 같게 나타났다. 전담의의 지도 감독 아래서 전공의가 환자를 보는 경우 전담의가 직접 진료를 하는 것에 비해 사망률이 1.6배에 달했다. 또한 전담의가 직접 관리하는 환자들은 전공의가 살피는 환자보다 심폐소생술을 받을 확률이 3분의 1에 불과했다. 지속적신대체요법도 마찬가지로 전담의가 직접 진료를 보는 환자들에 비해 지도 감독을 통해 전공의가 진료하는 환자가 위험에 빠질 확률이 2.6배나 높았다. 연구진은 "다른 병동과 달리 중환자실은 전공의 80시간 근무제를 지키는 것이 매우 힘들고 이로 인해 아마도 가까운 시일 내에 전공의 없이 운영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며 "대안이 없다면 결국 전담의사들이 과로를 견디며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시간이 갈수록 전담의 직접 진료와 전공의 진료간의 차이가 벌어졌다. 이어 "이번 연구는 과연 전공의들이 중환자실에 없을때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전담의의 직접 진료가 전공의가 환자를 볼때보다 예후를 더욱 좋게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났다"고 강조했다. 전공의가 없어질 경우를 대비해 진행한 연구에서 오히려 의료의 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얻은 셈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역설적 결과가 중환자 전담의의 과도한 희생과 부담으로 이뤄진 것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병주 교수는 "전담의 관리가 예후를 크게 좋아지게 할 수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중환자 전담 의사가 줄고 있는 만큼 이제는 중환자실 관리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중환자 전담의들은 주당 평균 90시간 이상을 일했으며 야간 근무시간만 주당 20시간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전공의 공백에 따른 이들의 과로와 스트레스,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재정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0-01-22 11:35:59학술

|수첩|병원 슈퍼맨도 번아웃 증후군에 가끔은 아프다

메디칼타임즈=원종혁 기자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다 불태워서 더는 없다.' 얼마전, 연말 술 한잔을 기약했던 오랜 벗이자 기자의 취재원이기도한 대학병원 외과계 전임의(펠로우)로 근무 중인 친구 A씨를 만났다. 이제막 둘째 아이를 본 두 딸들의 아빠였다. 또 막연한 기대감에 밤낮없이 의국내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어려운 형편에 대학원 공부까지 쉽사리 놓지 못하는 교수 취준생이기도 했다. 처음 의사면허를 따고 전공의를 마친 뒤 개원이나 봉직의를 꿈꾸기엔 그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가끔 대면하는 자리마다 꽉찬 수술 스케쥴과 몰아치는 당직근무, 연구 논문 등 잡다한 일거리로 한껏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 "지금 당장은 봉직의로 뛰거나 개원을 하고 진료를 보기에는 겁이 난다"는게 그의 유일한 핑계이자 자위였다. 그렇게 잡혔던 술약속은 번번이 취소되기 일쑤였고, 언제나처럼 사정상을 이유로 뒷날로 미뤄지다 결국은 올해가 저무는 연말께가 되어서야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모처럼 자리한 그의 얼굴에는 부쩍 핏기가 없어 보였다. 안색이 왜그렇냐며 툭 던진 말에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언제부턴가 스트레스가 쌓일때면 자기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는 과호흡 증상이 잦아졌다고 했다. 공황장애가 생긴건지 가끔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참아내기 버겁다고 말끝을 흐렸다. 걱정은 이어졌다. 최근엔 예전 수련병원 동기 중 한 명이 회진을 돌고 학회 논문 발표를 준비하다가 간밤에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다들 단순히 피곤해서, 평소보다 늦잠을 자나보다 생각했지만 아닌 밤중에 동료가 목숨을 잃었다는데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나는 괜찮을까. 아마 괜찮겠지'라는 자조섞인 말은 그의 입에서 쉽사리 떠나질 않았다. 남들 다쉬는 빨간날, 아이들과 손잡고 집앞 놀이터에 나가는 시간을 쪼개기조차 어려웠다. 잡혀있는 공휴일 회진이나 학술연구, 대외활동에 잔업이 허다했기 때문. 이렇다할 근무시간 기준도 없고 불만도 티를 내지 못하는 전임의 A씨의 삶의 질이 친구로서 걱정스러웠다. "애도 커가고, 다 내가 선택한 일인데. 그래도 별다른 수가 없으니까." 얼큰히 술에 취해갈 즈음, 다시 병원에서라도 쪽잠을 좀 자야겠다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는 그의 모습이 그날따라 더 무거워보였다. 이렇게 의사 1인당 내원환자 수 세계 최대치를 나타내는 번아웃에 빠진 국내 의료현실은, 주변 곳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대형 대학병원에 진료를 받으려면 주차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포화상태가 심각한데다, 전공의 80시간 근무제 제한 등 보완책이 나왔음에도 돼려 일은 여기저기 분산되며 과중한 업무강도는 또 누군가의 목을 여전히 죄고 있다. 올해 매체 조사결과에서도 전국 94개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들 역시 번아웃 상태는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업무 중 '평균적으로 주 2회 이상'은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라밸을 좇는 현상과 함께, 현재 국내 진료현장에 가장 큰 위기는 의료진의 번아웃"이라고 지적한 한 원로교수의 쓴소리도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뉴욕의 정신분석가 프로이덴버거 박사가 쓴 '상담가들의 소진(Burnout of Staffs)'이라는 연구 논문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번아웃 증후군. 일부 전문가들의 무기력함을 지칭했던 해당 용어는, 이제 직역을 막론하고 모든 의료현장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주요 이슈가 돼버렸다. 국내외 의료전문매체에서 꼽는, 한해를 관통하는 의료 키워드 가운데엔 번아웃이란 세글자가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환자 중심과 정밀검사로 유명한 글로벌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도 2019년 연말 의료진들의 번아웃 실태를 지적한 대규모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국내에서도 내과 및 외과, 검진학계 등 주요 학술대회에서는 빠지지 않는 주제로 '의사들의 과도한 번아웃 상황'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되고 있어 그저 안타까움을 더할 뿐이다. 올한해 의료계에서는 진료를 보던 의료진이 환자의 흉기에 의해 사망하거나 '묻지마 폭행', 과로사 등 우울한 뉴스들이 끊이지 않고 터져나왔다. 단순히 정부 규제와 저수가 문제로만 바라봐야할 사건들이 아니다. 확실한건 의사들은 번아웃 상태다. 단순히 우울하다는 감정의 표현을 넘어 에너지 고갈상태가 반복되는 진료현장에서, 이렇게까지 번아웃된 의료진들의 안녕(安寧)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의사 그들도 누군가의 아빠이자 엄마, 아들과 딸이었으며 추억많은 오랜 벗 중 하나기도 하다. 돌아오는 새해, 당신이 마주한 의료진들에 '안녕하신가' 한 번쯤 물어볼 때이다.
2019-12-19 05:45:55오피니언

의사 번아웃 의료현실…학장·의학자·교수 머리 맞댔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의학교육(Academic Medicine, 아카데믹 메디슨). 이를 논의하고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의과대학 학장, 의학회 임원, 수련병원 교수들이 머리를 맞댔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 3개 단체가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좌측부터 한희철 의대의전원협회 이사장, 장성구 의학회장, 김홍주 수련병원협의회장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희철 이사장은 "의사 1인당 내원환자 수 세계 최대, 의사는 번아웃에 빠지는 의료현실에서 어떻게 아카데믹 메디슨을 옹호하는 노력을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의료는 문재인 케어 이후에 대형 대학병원에 진료를 받으려면 주차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포화상태가 심각한 상황. 의대교수는 수퍼맨이 아니면 버틸 수 없는 현실. 그는 "이는 전공의를 왜 양성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며 "의학계가 먼저 나서 아카데미 메디슨은 결국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카데믹 메디슨 지원에 국민적 지지를 받으려면 이는 의사 개인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려야한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아카데미 메디슨은 그냥 둘 게 아니라 보호하고 가꿔야 할 영역이라는 얘기다. 그는 '옹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앞서 개회사에 나선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은 "의료계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 잡아보기 위한 협의체적 성격의 학술대회라는 점에서 뜻 깊은 날"이라며 "패러다임 전환의 첫 걸음으로 새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시했지만 실패했다"며 "그 이유는 기본적인 개념이 행정적 통제와 규제에 있었기 때문으로 정부에게만 맡기고 의료계는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다"고 이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수련병원협의회 김홍주 회장 또한 "주80시간 근무제와 여러가지 규정으로 전공의들은 수련시간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며 "전공의 교육과 더불어 졸업후 의학교육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거듭 의미를 부여했다.
2019-11-22 11:45:58병·의원

내과 전공의 3년제 일파만파…사직서 품은 내과 교수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수도권 500병상 규모의 A수련병원 혈액종양내과 A교수는 최근 퇴사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수련병원 교수로서 우수한 전공의를 양성하기는 커녕 업무 로딩으로 학술연구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지방 B수련병원 알레르기내과 B교수는 대외적으로 병동, 응급실 당직 근무를 할 경우 사직서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순히 근무 강도가 높아지는 따른 반감이라기 보다는 이제와서 병동이나 응급실 환자 케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내과 전공의 3년제 전환 여파가 극심하다. 특히 병원 규모가 작고, 지방에 위치한 병원일수록 심각하다. 4일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내과 수련병원 시니어 교수 전원 당직제가 현실화되면서 "더 이상은 못버티겠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위 사례의 A교수에 따르면 2개월전 과에 임신 전공의 2명으로 늘어나면서 공백을 채우고자 월 1회 응급실, 병동 당직 근무를 시작했다. 여기에 3, 4년차가 본격적으로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월 2~3회 당직 일수를 늘려야한다. 그는 "지도전문의가 일에 치이는데 전공의 수련을 챙길 틈이 있겠느냐"며 "내과 전공의 3,4년차 감소로 절반이 감소한 상황에서 임신전공의 단축 근무, 전공의 주80시간까지 엎친데 덮치면서 앞이 안보인다"고 토로했다. 경상권 C수련병원 소화기내과 C교수도 B교수와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C교수는 "수십년간 소화기내과 환자만 진료하다가 병동, 응급실 당직 근무를 하며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환자 안전을 위해 전공의 주8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시행한다면서 최근의 변화가 과연 환자안전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일선 수련병원 내과 교수들은 "정책의 실패"라며 "이를 왜 의료현장의 의료진이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하는 것이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내과 전공의 3년제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시행하기 이전에 해당 인력을 확보하는 등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 추진했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A교수는 "당직 근무가 문제가 아니다.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병원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에 무관심하고 현재 전문의 인력으로 현재 상황만 넘기려는 땜질식 대안만 제시하고 있다"며 "다른 병원으로 이직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지방 국립대병원 한 내과 교수는 "정부 정책의 실패"라고 단언했다. 그는 "전공의 주80시간제, 입원전담전문의제 등 제도를 준비도 없이 시작해 혼란이 심각하다"며 "무작성 제도를 시작하고 이제와서 인력이 없다고 하면 어쩌란 말이냐"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지방 수련병원의 문제는 심각하다"며 "내과 펠로우에게 교수로 들어오라고 해도 고생길이 불보듯 뻔하니까 전공의, 입원전담전문의 인력이 갖춰진 병원을 찾아 떠나는 실정"이라고 씁쓸함을 전했다. 반면, 대형 대학병원 내과 교수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기 못하는 상황. 즉, 전공의 공백을 채울 펠로우와 입원전담전문의 인력이 갖춰진 수련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소위 빅5병원 D수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당직 근무 얘기는 논의한 바도 없을 뿐더러 3,4년차 공백에 따른 영향도 느끼지 못했다"며 "내과 3년제 시행에 따른 의료환경의 변화를 준비하지 못한 병원들의 얘기"라고 말했다.
2019-11-05 11:35:00병·의원

연명의료법 시행 1년...의사 절반 "뇌사 통보 부담 줄어"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연명의료법과 뇌사추정자 통보제가 시행된지 1년이 지나면서 뇌사추정 통보에 대한 의료진들이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 절반 이상이 뇌사추정자 통보제 등으로 이를 고지하는데 부담이 줄었다고 답했기 때문. 하지만 일부 의료진들은 여전히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DNR)을 받는데 부담감이 있다고 답해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한국장기기증조직원을 통해 입수한 의료기관 종사자 인식도 조사 결과 연명의료법과 뇌사추정자 통보제 시행 후 의료진들의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 1238명과 간호사 1979명 등 의료진 3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명의료법과 뇌사추정자 통보제 시행 후에도 부담감이 감소했다는 의견이 50%를 넘긴 이유다. 의사의 경우 53.4%가 뇌사추정을 통보하는 것에 부담이 덜해졌다고 답했다. 하지만 45.1%는 여전히 부담이 있다고 호소했다. 간호사도 부담감이 줄었다는 응답이 51.8%로 우세했다. 그러나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47.2%가 부담이 전혀 줄지 않았다는 응답을 내놨다. 그럼에도 뇌사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국내법상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의료진들은 이를 사실상 사망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뇌사를 사망으로 판정하는 것이 타당하느냐고 묻자 의사들의 83.4%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라고 답한 의사는 5.6%에 불과했고 모르겠다는 응답이 10.9%였다. 간호사도 비율의 차이가 있을 뿐 대체로 뇌사를 사망으로 봐야한다는 답을 내놨다. 간호사 중 69%가 뇌사는 사망 판정이라고 답했고 아니라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이렇듯 제도 시행 이후 의료진들의 부담은 줄어드는 추세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뇌사 추정 통보과 연명의로 중단 권유에 의료진들의 부담감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제도로 장기기증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뇌사추정자에게 장기 기증을 언급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의사는 불과 45.6%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간호사의 경우는 그렇다고 답한 사람이 15.9%에 불과했다. 뇌사추정자의 장기 기증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도 의사는 26.1%만이 그렇다고 답했고 36.8%는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료진들의 적극적인 뇌사추정 통보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잠재 조직 기증자를 발굴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당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일부는 아직도 뇌사추정자 관리를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나 전공의 80시간 근무제로 인해 의료진들의 로딩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를 넘어선 정부의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2019-07-24 12:06:00병·의원

"실력있는 외과의사 양성 시뮬레이션 교육이 해답"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최근 의료계도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워라벨(Work-Life Balance)이 화두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대표적인 거시 소위 '전공의특별법'으로 불리는 주당 80시간 근무제로 대형병원의 근무환경에 있어 일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같은 근무환경 변화와 함께 제기되고 있는 것이 전공의를 필두로 한 의료진의 술기 교육 문제다. 근무시간 축소와 함께 의료 술기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없다는 데에서 비롯된 우려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최근 대형병원들은 앞 다퉈 의료진 술기 교육을 위한 '시뮬레이션센터'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심호연 코디네이터.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시뮬레이션센터 심호연 코디네이터(간호사)를 만나 센터의 중요성에 더불어 자신이 맡은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술기 시뮬레이션? 실수하기 위한 교육센터" 시뮬레이션센터는 임상에서 각종 상황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기관으로, 전문의·전공의·인턴·간호사 등 의료진이 임상에 투입되기 전 인체 모형과 고기능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시술 및 수술을 반복 연습할 수 있다. 이제 막 문을 연 지 한 달을 맞은 동탄시뮬레이션센터는 다른 대형병원들이 운영 중인 센터에 비해서는 걸음마 단계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인지 심호연 코디네이터도 하루를 눈코 뜰 새 없이 보낸다. 센터장들을 위시한 보직 교수들이 시뮬레이션센터를 책임지고 있지만 실제 의료진들이 다양한 임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시나리오를 짜는 것은 심 코디네이터의 책임이다. "시뮬레이션센터라고 하지만 의료진들에게 실수를 하기 위한 교육센터라고 생각해요. 사실 의료라는 것이 실수를 범했을 때 허용범위가 작기 때문에 한 명의 의사, 간호사를 키우기 위해서 상당히 노력해야 해요.시뮬레이션 교육은 이런 의료계 환경적인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최적의 교육 방식이에요." 심호연 코디네이터는 시뮬레이터 기기 하나 마다 소중한 교육 자산이라고 강조하며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들어 전공의특별법을 계기로 시뮬레이션센터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시뮬레이션 교육은 임상에서 겪을 꼭 알아야 하지만 실제로 겪을 일이 별로 없는 예를 들어 윤상갑상막절개술(cricothyroidotomy) 같은 걸 실습하는 것인데,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술기 중 하나거든요. 더구나 최근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 후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센터를 통한 술기교육이 정말 중요해졌거든요. 의료진의 역할마다 교육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제 역할의 핵심이에요." 베테랑 간호사 경력 포기하고 선택한 코디네이터 심 코디네이터는 중환자실에서만 15년 넘게 근무하면서 메르스 사태 등을 경험한 베테랑 임상 간호사였다. 하지만 최근 동탄성심병원에 '시뮬레이션센터'가 개소하면서 그의 일상은 360도 변화됐다. 임상 간호사의 역할을 내려놓고 아침마다 예약돼 있는 직종별 '교육일정'을 체크하고 시뮬레이터 기기를 확인하는 게 주된 일상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근처에 위치한 미군기지와 지자체에서 요청하는 응급처치나 술기 교육 요청이 끊이지 않아 추가 근무가 일상이 돼 버린 지 오래다. 특히 시뮬레이션센터에 '다빈치 로봇 수술' 장비까지 들여놓은 탓에 해당 경험을 원하는 의료진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 코디네이터 자신에게도 많은 시뮬레이터를 배우고 실습하는 일이 어떤 일보다 재밌고 보람차다고 소개한다. "평소 교육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병원에 시뮬레이션센터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운명적인 만남이었던 것 같은데 시뮬레이션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이 몰입과 현실감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교육생들이 집중해서 술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코디네이터의 역할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심 코디네이터는 앞으로 의료진들에게 요구되는 술기의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좀 더 적극적인 술기 교육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릿속으로 스키를 타고 다이빙을 해도 실제로 하는 것과는 다르듯이 의료도 비슷하거든요. 직접 해보고 경험하고 팀워크가 이뤄져야 완벽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공의특별법을 시작으로 이제 시뮬레이션 교육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돼 버렸는데, 코디네이터로서 의료진이 술기의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교육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에요."
2019-07-23 11:54:50병·의원

"전공의 80시간·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장기기증 빨간불"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전공의 80시간 제도와 주당 52시간 근무 제한으로 장기기증 희망자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뇌사자 관리에 필요한 의료인은 물론 의료기사 등 직원들의 부재로 현장에서 이를 뒷받침할 인력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최근 '국내 장기기증 현황과 기증감소의 해결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대책을 주문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와 인구가 비슷한 스페인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우리나라보다 낮지만 뇌사기증률은 훨씬 높다"며 "이는 뇌사자 발생시 국가 차원에서 의료진이 접근하고 가족들의 거부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잠재 뇌사자 중에서 기증이 가능한 환자의 절반만이 가족 동의를 얻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라며 "우리나라도 실제 장기 기능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은 분명하다는 의미"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잠재력과는 반대로 뇌사 관리와 기증에 필요한 환경은 점점 더 안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의료환경이 변화하고 사회적 근무 환경이 바뀌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력들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조 원장의 지적. 조원현 원장은 "뇌사자를 찾아내고 관리하는 과정은 외과 계열 의사들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병원에 외과, 중환자의학과 의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여기에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사실상 야간에는 의료공백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의료인력이 부족해지면 뇌사 관리가 어려워지고 자연적으로 뇌사 기증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결국 관리 의사 부족으로 뇌사판정시간이 지연되고 장기 적출이 연기되면서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주당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것도 장기 기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사도 없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주당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뇌사 관리 병원에서의 각종 검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의사가 있어도 의료 기사가 없어 제 시간에 검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주당 52시간 근무제가 완전히 정착되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결국 일손 부족으로 관리가 지연되면 병원도 뇌사 관리를 회피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기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조 원장은 이같은 장기기증 감소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범 국가 차원의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지금의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없다는 우려다. 조원현 원장은 "뇌사를 장기 기증과 관계없이 죽음으로 인정하는 법적 개정과 더불어 심정지 환자도 장기기증에 대한 근거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한 장기기증 선순위 동의권을 인정하고 본인이 기증의사를 밝혔을 경우 가족이 반대해도 기능이 성사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이와 함께 뇌사 추정자 통보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모든 뇌사자에 대한 적극적인 장기 적출도 동반돼야 한다"며 "대부분의 나라들이 장기 기증을 국가적 정책사업으로 추진중에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범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8-12-17 10:48:42병·의원
현장

서울대병원 응급실의 기적…고질적 '과밀화'가 사라졌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60대 남성환자가 119구급차에 실려왔다. 응급실 입구에는 경비요원 이외 간호사가 1차 예진을 실시했다. 응급실 출입 이전에 중증도와 음압격리 여부를 판단, 음압격리실 혹은 소생실이나 진료를 위해 의사실로 이동한다. 의사의 진료 이후 응급실 내에 검사실에서 필요한 검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처치를 받고 입원 혹은 귀가 결정을 받는다. 각 영역마다 해당 의료인력이 대기 중으로, 환자는 크게 대기 시간없이 응급처지에 들어갔다. 응급실 내부는 조용하고 한산했으며 베드는 비어 있어 언제라도 응급환자 수용이 가능해보였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응급실 개선공사 1년째에 접어든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직접 찾아가봤다. 결과부터 말하면 천지개벽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응급실 입구에서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중증도 및 격리 여부를 판단한다. 과거 보호자대기실 의자에 반쯤 누워 링거 주사를 맞던 환자의 모습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만큼 쾌적했다. 보호자 대기실과 수납창구에도 빈자리가 더 많고 채혈실 등 검사실 앞에서도 대기환자가 한눈에 들어오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과거 환자와 환자 보호자가 뒤섞여 있던 대기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중증응급환자 구역의 병상은 물론 일반 응급환자 구역의 병상도 절반 가까이 비었으며 복도 곳곳에 앉거나 누워있던 환자의 모습도 온데간데 없었다. 응급실 내에서도 각 구역마다 의료진 카드 혹은 환자 및 보호자 카드를 찍어야 통행이 가능했다. 메르스 등 감염질환이 샐 틈이 안 보였다. 과거 누구라도 오갈 수 있었던 응급실과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국감 단골메뉴 '응급실 과밀화' 100% 해결…여유 병상 유지 서울대병원 응급실 과밀화 지수는 매년 국정감사 단골메뉴. 긴 대기시간은 늘 지적사항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찾아간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과밀화를 느낄 수 없었다. 실제로 2018년 10월 현재 서울대병원 과밀화지수는 80% 초반대. 올해 내내 80~9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더 이상 과밀화 지수 170%까지 찍으며 응급환자 수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던 서울대병원이 아니었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의 과밀화는 일시적으로 환자가 몰려서 발생하는 게 아닌 만성적인 문제로 그래서 더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응급실 환자가 감소한 것일까. 오히려 과거 응급실 내원환자 일 평균 150명에서 200명으로 늘었다. 채혈실 및 예진간호 앞 환자대기하는 모습. 구획별로 업무를 구분해 환자 흐름을 빠르게 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일차적으로 성인 응급실 내 병상수를 32병상에서 40병상으로 베드 수를 늘렸다. 비율로 따지면 응급실 병상 규모를 약 20% 늘린 셈이다. 응급실 5, 6구역을 응급 중환자구역으로 따로 배치하면서 기존의 응급중환자구역을 8병상 늘어난 일반 응급환자구역을 여유있게 확보했다. 응급실 내 검사실을 배치하는 등 응급환자 동선을 최적화한 것도 과밀화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의사실/검사실 및 예진간호실 바로 옆에 CT검사실, 응급일반촬영 검사실을 배치했고, 중증응급환자구역 내에는 응급수술실과 응급내시경실 및 응급초음파실이 눈에 띄었다. 또한 이밖에도 지하 1층에는 응급중환자실을 3층에는 단기응급병동(38병동)을 별도로 운영, 대기하는 응급환자 없이 치료가 가능했다. 병상 늘리고 전문의 적극 투입…시설 및 인력에 과감히 투자 과밀화 해소의 핵심 열쇠는 공간 및 시설에 대한 투자 이외 인력에 대한 투자에 있었다. 대개 응급실로 환자가 내원하면 인턴이 초진을 하고 다른 전문과로 협진을 의뢰, 해당 과 전공의가 진료하고 필요한 경우 교수 협진을 요청하다보니 의학적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환자들의 대기시간은 길어졌다. 서울대병원은 의학적 의사결정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기존에 없던 전문의 인력을 충원했다. 신상도 응급의학과 과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을 추가로 채용함과 동시에 협진과 전문의(내과 1명, 외과 1명, 신경과 2명, 신경외과 1명, 정형외과 1명 등)를 6명 충원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내과 전문의 2명을 채용했다가 최근 1명으로 줄이고 신경과 전문의를 2명으로 늘렸다"며 "인턴-전공의 진료를 거치지 않고 응급실 현장에서 즉각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협진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는 주간시간대만 운영 중으로 야간 시간대까지 커버하려면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성인 응급실 구조도 응급실 진료 프로토콜 개선…'입원 전원 전담 간호사' 도입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전공의 주80시간 근무제로 그 공백을 채울 의료인력을 별도로 배치한 부분. 과거 응급실 환자의 입원 및 전원은 전공의가 전담했던 것을 '입원 전원 전담 간호사'라는 새로운 직군의 의료인력이 맡는다. 응급환자가 입원할 때에도 각과에 연락이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 과거에는 전공의 업무 중 하나였지만 입원 전원을 전담하는 간호사를 배치하고, 타 병원으로의 전원도 전담하도록 했다. 응급실 내 여유 병상을 확보한 모습. 과거 복도 및 의자에서 링거를 맞던 환자는 찾아볼 수 없다. 신상도 과장은 "중증이 아닌 환자의 경우는 적극적으로 타 병원으로 전원조치해 계속해서 응급실 환자 진료에 선순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의 진료 프로토콜 개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응급실 환자 대기 시간 단축을 주제로 주3회 이상 운영회의를 실시하고 3개월에 한번씩 권역응급의료센터 안건회의에 13개 진료과장이 참석해 의견을 공유하기 때문. 이처럼 병원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뛰어든 결과, 서울대병원 응급실 오전 진료 풍경은 달라졌다. 과거 복도와 보호자 대기실에 누워있는 환자 진료로 시작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아침에도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 신 과장은 "이전에는 약 50여명의 환자가 병상을 채우고 베드가 부족해 복도까지 누워있는 상태에서 아침을 맞이했다면 최근에는 오전에도 20명의 환자로 시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시스템이 유지, 발전하려면 협진 전문의를 추가로 늘리는 방안과 더불어 해당 의료진 신분보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018-10-12 06:00:58병·의원
기획

"오늘도 PA라는 명찰 단 후배를 감옥 앞으로 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특별기획-의료제도 사생아 PA| 보건복지부가 강원대병원 사태를 계기로 PA에 칼끝을 겨누면서 병원계는 물론 간호계도 술렁이고 있다. 비정상적 수련 체제속에서 필요악으로 굳어버린 PA. 하얀거탑속에 감춰진 그들의 고민과 한숨을 통해 PA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편집자주| 불법과 합법 담장 위를 걷는 PA "우리도 피해자" "간호계 아닌 의료제도 전체의 문제 거대 담론 필요" "지금 고민을 안다. 나도 병원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 병원 간호사 후배 누구라도 감옥에 가는 일은 없을꺼다. 곧 조치해주겠다. 행여 병원 나갈 생각은 말로 나를 믿고 기다려라." 오늘도 두려움으로 내 앞에 선 후배를 또 다시 감옥 앞으로 밀어 넣었다. 간호본부장으로 3년. 지금까지 내가 감옥 앞으로 밀어 낸 후배들이 몇이나 될까. 평간호사가 내 앞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안다. 그만큼 불안하고 힘든 마음에 수없이 망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저게 전부다. 아니 어쩌면 나도 저런 이야기들을 전하며 애써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후배를 언제 빠져 죽을지 모르는 늪에 밀어 넣으면서 말이다. "끝없는 악순환이 부른 비극 의료제도 사생아 PA" 사실 나도 이 자리에 앉아 이런 얘기들을 할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저 위에 설때는 누구보다 정의롭고 공명정대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 날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랬다. 나는 할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학생때도 신규로 발령받아 병원에 첫 발을 딛던 30여년 전에도 나는 할말을 하고야 마는 악바리 근성이 있었다. 그래서 더 피곤하고 힘든 삶을 살았다. 아무도 제기하지 않는 문제들을 혼자 분노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그렇기에 아주 극소수의 응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를 문제아로 취급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결국 모교 병원에서 밀려나 다른 취직 자리를 찾을때도 나는 당당했고 그 극소수의 응원들이 모이고 모여 어찌보면 결국 정점 아닌 정점에 올랐다. PA문제도 그랬다. 일부 병원에서 미국의 PA 제도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노동력으로 변환해 운영할때 나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절대 간호사들이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수없이 외쳤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 나는 지금은 그렇게 외칠 수 있을지 수없이 자문한다. 나는 이 빌어먹을 정도로 꼬여버린 병원의 시스템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식 PA가 도입됐을때 시작은 이렇지 않았다. PA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매우 한시적이었다. 병원을 지탱하던 전공의라는 노동력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그 자리를 잠시 메워주는 역할에 불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잠시만 도와주면 자연스레 정리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것이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병원 건물은 점점 더 커져갔고 그에 비해 의사는 부족했다. 아니 이 커다란 건물을 떠받들 노동력은 부족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전공의는 줄고 수술방은 늘어갔다. 병동도 늘어났다. 하지만 병원은 늘어나는 환자에 비례해 돈을 벌고 있지 못했다. 의사를 더 뽑자니 돈이 없었다. 그럴때 기가 막힌 타이밍에 떡밥이 던져졌다. 지금의 간호등급제다. 간호사를 뽑으면 돈을 더 준다. 이건 절제절명에 있던 병원들에게 광명의 빛과 같았을지 모른다. '하얀거탑을 떠받들 노동력도 충원하고 돈도 벌 수 있다' 얼마나 좋은 기회였던가. 나와 같은 간호계 선배들의 이기심도 이를 부채질했다. 간호사 정원을 크게 확대할 수 있고 영향력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 당장은 PA로 투입하지만 '잠시만' 도와주면 자연스레 간호부 인력이 늘어난다는 헛된 망상들 말이다. 그렇게 PA는 서로 다른 필요와 이기심에 의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에 맞춰 업무와 역할도 점점 더 확대됐다. 전공의는 줄고 노동력은 부족한 상황들이 점점 더 악화되어 갔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제한적'이고 '한시적'일 것이라고 믿었던 PA는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기괴한 의료제도가 만들어낸 괴물로 커져갔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형 괴물'로 말이다. 더욱이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그 괴물은 더욱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전공의라는 막강한 노동력을 가진 괴물이 사라지는 공간들을 메워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불문율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그렇게 한국형 괴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제는 모두가 긴장하며 이를 지켜보는 듯 하다. '이걸 이대로 둬야 하는가' 하는 불안감이 커져가는 모습들은 이제 의료계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PA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도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다. 의료계 내부에서 PA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론화도 여러번이나 이뤄졌다. 누군가는 당장 없해야 한다고, 누군가는 아예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고도, 누군가는 현실을 인정하고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지만 공허했다. 결국 그 논의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한때는 그러한 기대감도 있었다. 미국과 같이 PA가 공식적인 의료인의 한 파트로 인정받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노동력'만을 원하는 의사들에 의해 요원한 상태다. 그들은 PA를 필요로 하지만 PA를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도 PA의 필요성, 아니 어찌보면 그들이 바치고 있는 하얀거탑의 붕괴를 걱정하지만 그들 또한 PA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누구도 인정하지는 않는 그래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그러한 불문율이 생겨난 셈이다. 그 불문율 속에서 오늘도 내 후배들은 언제 감옥에 갈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병원 문으로 들어선다.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명찰을 달고 말이다. 일부 간호계 리더들도 의료계 리더들도 이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들었을때 나는 또 한번 절망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어. PA는 지금 건드릴 수가 없는거야. 복지부도 몰라서 그렇게 두겠어?" 그렇게 우리 모두는 그 불안정한 불문율에 기댄 채 '한국형 괴물'을 키워가고 있다. 모두가 공범이지만 아무도 범인은 없는 그 이상한 게임을 지속하며 말이다. 그 속에서 나이팅게일을 꿈꾸며 간호사 휘장을 고대하는 후배들은 감옥 문턱으로 끌려 가고 있다. 모두가 쉬쉬하는 가운데 어느 곳에서는 후배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에 끌려가며 곤욕을 치룬다. 그것을 보며 또 다른 후배들은 두려움에 떨며, 자신이 기대했던 간호사의 이상을 접으며 오늘도 잠재적 범법자로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러한 현실이 몸서리치게 싫은 나이지만 나 또한 내일도 후배들을 또 다시 감옥 문턱으로 밀어넣을 것이다. 믿지 않으려해도 딱히 방법이 없는 무기력한 불문율을 믿으면서 말이다. 그렇다. 나도 공범이다.
2018-09-20 06:00:59병·의원
기획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나…그들은 날 PA라 부른다"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특별기획-의료제도 사생아 PA| 보건복지부가 강원대병원 사태를 계기로 PA에 칼끝을 겨누면서 병원계는 물론 간호계도 술렁이고 있다. 비정상적 수련 체제속에서 필요악으로 굳어버린 PA. 하얀거탑속에 감춰진 그들의 고민과 한숨을 통해 PA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편집자주| 불법과 합법 담장 위를 걷는 PA "우리도 피해자" "간호계 아닌 의료제도 전체의 문제 거대 담론 필요" 출근하자 마자 수술복을 입는다. 수술방 어레인지(사용 예약)를 마치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수술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진행한다. 하지만 행여 보호자가 "그런데요 교수님" 이라고 질문을 한다거나 "레지던트이신가 봐요?"라는 질문을 하면 나는 잔뜩 움츠러든채 말끝을 흐린다. "아... 네에... 음... 방금 설명드린 건... "하면서. 의사의 일을 하고 있지만 의사는 아니고 간호사이기는 하지만 간호부에는 속해 있지 않은 내 타이틀은 PA(Physician Assistant)다. 누군가는 나를 필수 인력이라 칭하고 누군가는 나를 범법자 취급하는... 그렇게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방항하고 있는 나. 어쩌면 PA라는 호칭조차 내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의사와 간호사의 경계선…자기 합리화와 불안감 공존 졸업반이던 4학년 4년 내내 입사를 꿈꿨던 병원에 실습을 오게 된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커다랗고 번쩍이는 건물. 수천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 왠지 모르게 멋져 보이는 가운을 입은 선배들을 보며 그들이 서 있는 그 곳으로 가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날들이 쌓여갔다. 누군가는 모교에 남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지만 지방에서 상경한 나에게 그 커다란 건물과 그 안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풍경들은 쉬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꿈이 이뤄지던 날. 처음 ID카드를 받아들고는 벅찬 마음에 눈물까지 배어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부모님의 자랑스런 딸이었고 동기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속칭 잘나가는 예비 간호사였다. 물론 태움도 있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병원의 주류가 아니었기에 애써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의연하게 이겨냈다. 듀티가 꼬여도 웃으며 받아들였고 휴일 근무도 일부러 자청했다. 내가 더 열심히, 성실히 임하면 모두가 나를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마음은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렇게 1년을 버티며 언젠가 완전히 병원의 일원이 되는 날을 꿈꾸고 있을때 쯤 새로운 제안이 찾아왔다. "PA자리가 하나 비는데 그동안 내가 봐온 걸로는 자기가 딱인 것 같아. 자기한테도 좋은 기회가 될꺼야. 우선 3교대가 없고 뭐 많진 않지만 수당도 있고. 자기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꺼야." 몸과 마음이 지쳤을때여서 였을까. 그 제안은 제법 솔깃했다. 무엇에 끌렸던 것일까. 남들이 출근할때 출근하고 퇴근할때 퇴근할 수 있다는 것. 무언가 조직의 아주 작은 조각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긴다는 것. 가장 크게 마음을 움직인 것은 저기 한참 위에나 있는 대선배가 나를 알아봐주고 나에게 무언가를 제안했다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PA라는 이름으로 수술방에 섰다. 2~3주는 우선 지켜보며 지시 사항만 들으라는 말에 약간 자존심도 상했다. 나도 의료인인데 말이다. 하지만 근무 첫 날 나는 처음으로 내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곳은 병동과는 완전히 다른 구역이었다. 나에게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이 던져졌고 대학 4년 내내 단 한번도 배우지 못한 일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수많은 일들이 나에게 던져지던 때에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마구 쏟아지는 일들을 해내야 한다는 막연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가득 차 있었을 뿐이다. 이제 일이 손에 붙을 때쯤 그때서야 지금까지 정신없이 미뤄놓았던 고민들이 찾아들어왔다. '이걸 내가 해도 되는건가?'라는 근본적 의문부터 '이거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는 건가?'라는 현실적 불안감까지. 수술실 어레인지와 검사 의뢰 등은 그나마 약과였다. 애써 합리화를 시키자면 '그래 이 정도는 내가 해도 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무뎌진 것도 있었다. 수술동의서를 받으러 갈때도 그랬다. '이거 내가 해도 되는건가?'라는 의구심은 수차례 반복되는 업무속에서 무뎌져만 갔다. 아마도 그래서 였을까. 계속되는 버발 오더(구두 지시)를 정리하는 일도 마치 내 일처럼 익숙해졌다. EMR에 척척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넣고 능숙하게 모든 일들을 처리해 나갔다. 하지만 그 근본적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 진행형이랄까. 답답한 마음에 동기, 선후배와 상담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들은 더 충격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 정도면 정말 시스템 잘 돼 있는거 아니냐? 그게 문제인가? 우리 병원에서는 PA가 마무리 다 하는데. 봉합 못하면 PA 취급도 못받아." "야 오더 정리가 일이냐? 난 회진 도는 PA도 봤다. 처방도 거의 자기들이 내던데." 그제서야 나는 애써 미뤄놓았던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보면 PA를 다시 생각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의사도 아닌 간호사도 아닌 우린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 건가?" 하지만 그 의문과 자문도 오래가진 않았다. 나는 그 날도 또 현장속에 있었고 그렇게 또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소속감도 업무도 모호한 중간자 "나도 직장인일 뿐" 그러던 어느 날. 여느때와 같이 일을 준비하고 있을때 갑자기 전화기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단체 카톡방에 뉴스가 마구 링크되기 시작했고 쉴새 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내용은 그랬다. 보건복지부가 PA를 불법 의료행위로 정의하고 엄벌에 처한다고. 여기 저기 흩어져 PA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SA(Surgery Assistant)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NP(Nurse Practitioner)로 활동중인 우리 간호사들은 동요했다. 그동안 PA를 두고 수많은 말들이 많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그때마다 우리 또한 고민과 의문이 많았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다시 사그라들길 수차례였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정부가 직접 PA를 다 들춰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거기다 면허 취소라니. 누가 들어도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나마 우리 병원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어찌 보면 합법과 불법, 편법의 교묘한 선에 놓여져 있었달까. '분명 불법인거 같은데...'라는 생각은 들어도 '아니게 보면 아닐 수도 있나?'하는 그런 것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 간호사들에게는 지옥도가 열린 바로 그 사건 때문이다. 그나마 예전에는 전공의가 PA인지. PA가 전공의인지 모르게 우리는 함께였다. 하지만 80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모든 상황은 변해버린지 오래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책임 문제다. 전공의가 늘 함께 하던 시간에는 책임을 나눠질 수 있었다. 혹여 문제가 발생해도, ID를 활용해도 전공의가 '내가 했다'하면 문제될 소지가 적었다. 우리에게는 그나마 방패막이랄까. 그런 것들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혹여 80시간 근무에 문제가 될까 전공의가 막아주던 방패를 모두 거둬가버렸다. 당직을 서지 않으니 당직시 책임을 나눠질수도 퇴근 후에는 EMR 접속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니 그 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온전히 우리의 책임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그나마 합법과 불법, 편법의 교묘한 선에 서있는 우리가 이 정도이니 다른 병원은 오죽할까. 하지만 더욱 큰 충격은 그 후에 이어졌다. 혹여 모를 불안감에 믿고 따르던 선배를 찾아가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내가 PA가 되는 순간 나는 간호사이지만 간호본부가 아닌 의국 소속으로 배정돼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간호사이지만 의국의 인사발령을 받는 사람이 됐다는 의미다. 그 말에 나는 동요했다. 혹여 문제가 있어도 간호본부, 나아가 병원에서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PA를 시작할때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던 조언은 어떻게 되는거지. 나는 다시 병동으로 돌아갈 수 없는건가. 수많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간호본부장 면담을 신청했다. "지금 고민을 안다. 나도 병원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 병원 간호사 후배 누구라도 감옥에 가는 일은 없을꺼다. 곧 조치해주겠다. 행여 병원 나갈 생각은 말로 믿고 기다려라." 강한 의지가 보이는 그의 말을 들었지만 지금도 나는 하루에도 수백번의 고민을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릴적 꿈인 간호사가 됐고 너무나도 꿈꾸던 병원에 들어왔는데. 좋은 간호사가 되고 싶어 열심히 노력한 것 뿐인데. 왜 나는 범법자가 되어 내 면허증을 뺏길가 걱정하며 잠을 설쳐야 하는 걸까. 대통령, 여야당 대표, 보건복지부 장관, 우리 병원 원장님. 누군가가 듣고 있다면 소리치고 싶다. "나도 직장인이에요. 나도 좋은 간호사 되고 싶다고요. PA를 안하면 실업자가 되고 PA로 남으면 면허증을 뺏어간다니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말입니까." *이 기사는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건을 1인칭 에피소드로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병원이나 인물과 무관합니다.
2018-09-19 06:00:58병·의원
분석

내과 3년제 약발 다했나…후반기 내과 전공의 미달 속출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초점| 2018년도 후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 현황 올해로 4년째에 접어든 내과 수련 3년제 약발이 다한 것일까. 최근 전국 각 수련병원이 2018년도 후반기 내과 레지던트 모집에 나섰지만 상당수가 미달을 면치 못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전국 수련병원 중 내과 전문과목을 두고 있는 34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2018년도 후반기 내과 레지던트 모집 현황을 파악했다. 그 결과 조사를 실시한 수련병원 34곳 중 7곳만이 내과 정원을 채웠을 뿐 상당수가 미달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빅5병원으로 혹은 서울권으로 지원자가 쏠려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내과 3명 정원을 내걸고 채용에 나선 결과 5명이 몰렸으며 서울아산병원도 1명 정원에 2명이 원서를 접수하면서 경쟁이 치열했다. 이어 건국대병원, 국립암센터,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등 서울권에 위치한 대학병원은 내과 정원을 무난하게 채웠다. 하지만 이는 빅5병원과 서울권 수련병원 일부에 국한된 얘기일 뿐 전국 내과 수련병원 상당수가 정원을 일부만 채우거나 지원율 제로행진을 기록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수련병원도 내과 지원자를 찾기 힘들었으며 지방의 중소병원 혹은 대학병원은 단 한명의 지원자도 찾지 못한 채 내년도 전공의 모집을 기약해야 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6명 정원 중 절반인 3명을 채우는데 만족해야 했고, 고대의료원과 광주기독병원도 각각 2명 정원에 1명씩만 정원을 채우는 데 그쳤다. 이어 강원대병원도 내과 3명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자 2명만 접수했다. 지원율 제로행진은 지방의 수련병원만의 얘기가 아니었다. 수도권에 위치한 병원 중에서도 강동경희대, 한림대성심병원, 인제대일산백병원, 길병원, 분당차병원은 내과 지원자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내과 3년제 시행 직후인 2017년도 레지던트 지원현황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내과 미달 사태를 해소하는 듯 했지만 2018년도 내과 전공의 후반기 모집에선 약발이 다한 듯 지원율이 저조했다. 그렇다면 올해 전공의 후반기 모집에서 왜 미달이 속출한 것일까. 일선 내과 교수들은 "소위 3D로 분류되는 내과를 누가 지원하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최근 내과 펠로우부터 스텝까지 야간 당직까지 서가면서 근무하는 것을 지켜봤을텐데 누가 지원하겠느냐는 얘기다. 지방의 모 수련병원 내과 교수는 "지방에선 펠로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교수들이 직접 당직을 서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당직에 외래진료, 시술까지 겹쳐 업무 강도가 높다보니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기피과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주 80시간 근무제가 현실화 됐지만 전문의 취득 이후 내과 교수로서의 삶이 고달픔의 연속으로 비춰졌을 것"이라며 "교수들도 강제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든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과 3년제 시행 직후 반짝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교수들의 근무 패턴에 변화가 생기면서 내과 지원율이 맥을 못추고 있다고 봤다. 또 다른 수련병원 내과 교수는 "올해 후반기부터 내년까지 내과 미달을 예고하고 있었다"면서 "대개 빅5병원에 이어 서울권 수련병원까지 정원을 채우면 지방까지 자연스럽게 지방 수련병원으로 흘러들어오기 마련인데 이번 후반기에는 수도권에서도 미달이 속출했으니 지방은 볼 것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방 수련병원들은 내년도 내과 레지던트 지원도 암울한 분위기"라며 "과거에는 내과는 지방에서도 일단 정원은 무조건 채웠는데 최근 들어서는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2018-08-13 06:00:56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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